암투 암투 김영미 뇌리에서 밀어내며 네게 중독된 맘 뱉으려 해도 바튼 기침에 숨이 멎을 듯 가슴만 뻐근하다 그리다, 그리고 그려보다 지우는 배꼽 저린 이성 온통 졸아 혼 빠진 꺼풀만 허공에 뜬 혼절한 그리움 아스피린 삼키듯 시 한수 녹여 가슴에 담아본다 시정에 젖을수록 메마른 가슴은..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1.21
보련산 *보련산 김영미 아침마다 붉은 해를 토해내던 내 고향 보련산은 노을빛에 취해 그림자로 누웠구나 찬 서리 흰 눈발에 꽁꽁 얼던 가슴 속 불덩이 하나 묻어 진달래 붉은 열망을 터트려 초록 물 짙게 풀어 *세파골에 스며든다 나 태어날 적 첫 울음 소리를 꼴깍 삼킨 보련산은 청실홍실에 엮..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1.15
꽃 물 꽃 물 김 영 미 봉당에 뎅그마니 쪼그리고 앉은 아이 어머니 손끝에서 핏물같이 전해지던 봉숭아 꽃물 곱게들 손톱을 그려보며 햇볕에 포개어 여민 손 들춰 봅니다 어. 머. 니. 불러만 봐도 목울대에 걸리며 손톱에 물든 꽃물보다 진하게 옹이진 사랑으로 내 안에 있습니다 껍질뿐인 손은 ..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1.15
나무.2 나무.2 김영미 뿌연 하늘이 내려앉은 날이면 관절마다 토도독 불거진 촉수들이 봄비 여울로 화르르 쏟아질 것 같은데 말 많은 세상에서 침묵으로 서있구나 해가 수정 빛으로 쏟아지거나 달빛이 가지 끝에 앉아 눈곱을 떨구고 간밤에도 그렇게 서있는 줄 알았는데 가지 끝에 맺힌 칼날 빛 ..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1.15
하늘가에 피는 꽃 하늘가에 피는 꽃 김 영 미 오후의 눈망울을 빗어 내린 구름이 섧도록 고운 꽃으로 지는 하늘가에 토막 난 내 생애가 포개져 있다 충주시 능암리 391번지, 강보의 별로 떠 유년의 성벽을 유성처럼 넘어와 그대 품에 피어나는 꽃이 되었다 한순간 피고 지는 꽃의 명을 거르며 영원토록 마르..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1.15
단풍 단풍 김영미 저 신열에 뜬 몸부림 좀 봐 정념에 타는 가슴 어쩌지 못해 온몸으로 써 보낸 혈서 한 장 네 입술에 데여 현기증 일던 어설픈 노래가 언 가슴 녹이는 군불이 되어 참 영혼 긷는 두레박이 되었으면 무딘 가슴팍을 헤집고 나온 작은 불씨가 사랑을 지피는 잉걸불 되어 내 영혼을 ..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1.08
갈대 갈대 김 영 미 뿌리는 늪에 있어도 하늘을 품은 가슴시린 속울음, 들숨 마디마디 그댈 가두고 날 세워 하늘을 벼리다 거세당한 꿈에 베인 마지막 눈물조차 꽃으로 피워 관절 속 웅크린 바람, 옹이진 삶 가닥가닥 풀어 속 비운 깃 펴며 그댈 호흡 합니다 바람 되어 하늘이 되어 날숨에 실어 ..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1.02
소나기 소나기 김 영 미 하늘로 치솟던 빗방울은 사립문 밖으로 주르륵주르륵 물이랑을 만들며 달려 나간다 얽혀버린 인연의 자투리 부여잡고 삶의 기로(岐路)에서 곡예 하다가 먼 길 돌아누운 평행선 되어 한순간 퍼붓던 소나기 열정도 가시 돋은 언어의 조각들도 낱낱이 쏟아지다 한 줄기 되..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0.26
조각달 조각달 김영미 소식 끊긴지 오래다 지구 등 뒤로 숨은 동강난 인 연 별똥별 떨어진 기억 저편 조막손으로 우주를 빚던 사금파리 반짝이는 뜰에 번지는 달빛 젖는 그 리 움 밤하늘을 물고 있는 조각달 빈자리엔 소꿉신랑 머리칼이 달빛을 부수며 야위어간다. 07.10.18 그림:☆향기로운편지지..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0.25
추억의 그림자/김영미 추억의 그림자 김영미 햇볕 길어다 찻잔에 걸쳐놓고 별빛 쪼개어 술잔을 채웁니다 온밤 가득 그림자만 드리운 채 고장난 시계 속 기억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그대는 까만 어둠만 토해내고 있습니다 목젖을 에이는 그대 기억의 가시밭을 자맥질하며 밤하늘에 걸터앉아 졸고 있다가 은하..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