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그림자
김영미
햇볕 길어다 찻잔에 걸쳐놓고
별빛 쪼개어 술잔을 채웁니다
온밤 가득 그림자만 드리운 채
고장난 시계 속
기억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그대는
까만 어둠만 토해내고 있습니다
목젖을 에이는 그대
기억의 가시밭을 자맥질하며
밤하늘에 걸터앉아 졸고 있다가
은하수 건너와 내 술잔에 차오르고
비워지지 않는 술잔의
길게 드리운 그림자 위로
내 그림자가 포개집니다.
2002. 08.20
추억의 조각보를 만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