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추억의 그림자/김영미

언어의 조각사 2007. 10. 16. 21:29

 

추억의 그림자

                                  김영미

 

햇볕 길어다 찻잔에 걸쳐놓고

별빛 쪼개어 술잔을 채웁니다

 

온밤 가득 그림자만 드리운 채

고장난 시계 속

기억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그대는

까만 어둠만 토해내고 있습니다

 

목젖을 에이는 그대

기억의 가시밭을 자맥질하며

밤하늘에 걸터앉아 졸고 있다가

은하수 건너와 내 술잔에 차오르고

 

비워지지 않는 술잔의

길게 드리운 그림자 위로

내 그림자가 포개집니다.

 

2002. 08.20

추억의 조각보를 만들며...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나기  (0) 2007.10.26
조각달  (0) 2007.10.25
사랑은 금치산자  (0) 2007.10.09
갈증  (0) 2007.09.03
그림자  (0) 2007.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