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김영미 가을이 왔다마르지 않고는 얻어낼 수 없는 바람의 날들허공이 내 안의 문서가 되는 계절이다 감을 벗긴다여름의 순수를 벗기고성장기의 방과 후 시간을 벗긴다 평생 분칠 한번 두둑하지 못한 어머니는내 책상보다 낡아지기 시작했고이 가을에 감들은 울컥한 눈물로 다가온다따듯한 계절을 포기한 어머니까마득하게 사라진 표지를 본다 링거 속의 사연만으로는 밝힐 수 없는지상의 아름다운 고뇌와 바람을 안고태양의 써레질을 견디며 곶감이 되는 동안미라처럼 말라가던 어머니 곶감의 분칠은 가을의 마지막 터치수의를 입고서야 뽀얗게 분칠하고환한 미소 머금고 간 어머니는내 감성을 온기로 어우른다어.머.니~불러만 보아도 내 가슴은말캉말캉 해맑게 따습다 [作詩메모]청도에 사는 지인이 보내 준 감 한 박스가 도착했다. 그 감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