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영상 145

가을 서정

점심시간 막간의 산책길에서 만난 친구들이 눈부시다. 오후의 꽃이 낙서가 되는 길 하나 펼쳐본다. 색이 꽃의 가장 말단부서에 있음을 유추하게 되는 건 색깔에 가려 꽃을 볼 수 없던 날들에 대한 보상심리일 것이다. 가을의 막바지 열정을 꽃피운 들녘이 내 마음을 인화해 놓은 듯... 지난날에 던진 부메랑은 이미 봄을 안고 이곳에 이르렀을까? 그 물리학의 휘파람 소리로 우리가 방목하던 부메랑들은 서둘러 이곳 가을에 꽃을 부려놓았다. 이 아름다운 수사를 그리워하며 곧 침묵해야 할 겨울이 오겠지만, 세상엔 무수한 교두보가 있는 듯하다 무심코 내뱉은 실존주의의 계절은 흑백의 계절을 빠져나와 먼 훗날에 기억될 행복이 되리란 믿음으로 또 다른 봄날을 예열해 봅니다.

그룹명/영상 202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