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단풍

언어의 조각사 2007. 11. 8. 18:10
 

단풍


                                    김영미


저 신열에 뜬 몸부림 좀 봐


정념에 타는 가슴

어쩌지 못해

온몸으로 써 보낸 혈서 한 장


네 입술에 데여

현기증 일던 어설픈 노래가

언 가슴 녹이는 군불이 되어

참 영혼 긷는 두레박이 되었으면


무딘 가슴팍을 헤집고 나온

작은 불씨가

사랑을 지피는 잉걸불 되어

내 영혼을 온통 태울 수 있다면


살 내리는 아린 맘으로

애증의 파고를 넘나들다가

빈 늑골을 채워주며

반려의 모습으로 살아가듯

 

땡볕 썰던 *잎파랑이 풀무질이

햇빛을 닮아

배꼽 속

푸른심지 돋우며 무릎 꿇는


저 소름 돋는 살풀이춤 좀 봐



07.10.30

*잎파랑이-엽록소


엽록을 위해 풀무질하다 햇빛을 닮은 단풍잎이

사랑하고 미워하다, 서로의 모습을 안고 사는 부부의 모습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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