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하늘가에 피는 꽃

언어의 조각사 2007. 11. 15. 16:20
 

 하늘가에 피는 꽃

                                                      김 영 미

 

오후의 눈망울을 빗어 내린 구름이

섧도록 고운 꽃으로 지는 하늘가에

토막 난 내 생애가 포개져 있다

충주시 능암리 391번지,

강보의 별로 떠

유년의 성벽을 유성처럼 넘어와

그대 품에 피어나는 꽃이 되었다

한순간 피고 지는 꽃의 명을 거르며

영원토록 마르지 않을 별꽃이 되어

그대 모습 조각 낸 별들을 안고

무채색 몸짓으로

그대에게 투영되는 무소유의 자유

사랑은 죽음보다 진한 아픔이어라

태(胎)를 잘리는 별똥별처럼


200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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