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꽃 물

언어의 조각사 2007. 11. 15. 16:50

꽃   물                         

                            김 영 미

 

봉당에 뎅그마니 쪼그리고 앉은 아이

어머니 손끝에서 핏물같이 전해지던

봉숭아 꽃물 곱게들 손톱을 그려보며

햇볕에 포개어 여민 손 들춰 봅니다

어. 머. 니.

불러만 봐도 목울대에 걸리며

손톱에 물든 꽃물보다 진하게

옹이진 사랑으로 내 안에 있습니다

껍질뿐인 손은 마음까지 어루던 약손

검버섯 핀 얼굴 성성한 백발마저

어미 된 아이 눈에 반추해 보니

햇빛에 영롱이는 얼음꽃 같습니다

조바심 앓던 꽃물에 스며든 여심처럼

눈빛으로 전해오는 꽃결 같은 사랑은

내 딸아이 손끝으로 흐르며

결 고운 빛으로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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