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보련산

언어의 조각사 2007. 11. 15. 16:51

 

*보련산 

                                  김영미

 

 

아침마다

붉은 해를 토해내던

내 고향 보련산은

노을빛에 취해 그림자로 누웠구나

 

찬 서리 흰 눈발에 꽁꽁 얼던 가슴 속

불덩이 하나 묻어

진달래 붉은 열망을 터트려

초록 물 짙게 풀어 *세파골에 스며든다

 

나 태어날 적

첫 울음 소리를 꼴깍 삼킨 보련산은

청실홍실에 엮여 떠나올 때도

흐르는 눈물 슬며시 닦아

산자락 옹달샘에 감추어 주었네

 

첫아이 낳아 핏덩이 얼싸안고

세상을 다 얻은 양 으스대던 나에게

기꺼이

진달래 활짝 피워 축복해 주더니

 

아버지와

아버지의 할아버지 혼령이 깃든 산은

아들과 딸에게

넓은 품을 열어 놀이터가 되어 준다

 

노을빛에 취해 그림자로 누울 때까지

********************************************

 

*보련산 : 충주시 앙성면에 있는 산

*세파골 : 충주시 앙성면에 있는 마을

 

보련산의 유래

 

   삼한시대 홀어머니 슬하에 보련이라는 딸과 장미라는 아들 두남매가 살았다.

두남매는 힘이 장사였는데 한 집에서 두 장수가 나면 큰 난리가 난다는 말에

어머니는 할수 없이 남매에게 성쌓기 내기를 하여 지는 자는 스스로 자결하도록 권하였다.

날을 택하여 보련은 노은에서

아들 장미는 가금에서 축성을 시작하였는데,

어머니는 아들인 장미을 동정하여 딸 보련의 시간을 지연시키려고

보련에게 떡을 갖다주며 먹을 것을 권하였다.

보련은 감사히 떡을 먹고 축성를 서둘렀으나 장미가 먼저 성을 완성하여 만세를 불렀다.

그제야 어머니의 의도를 알아채고 보련은 떠났다고 한다,

이때 "보련이" 쌓은성이 보련산성이고

산 이름도 여기에 기인 하여 '보련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보련산의 명소로는 수룡이 천용마을 뒤 장엄한 기암절벽으로 이르어진 삼단폭포인 수룡폭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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