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90

아궁이 앞에서

아궁이 앞에서/김영미  차가운 궁둥이에 불을 지핀다시커먼 굴을 향해 불길을 낸다 때론  매캐히 눈물 나게 토라지지만살살 불어주는 입김 앞에선 온몸 불덩이로 변해가는 너 인고의 세월 더께붙은 그을음도  부짓갱이 애무에잉걸불 꽃 피우는밤하늘 별조각이 저리 고울까 스스로를 태우는 타오름으로시린 가슴 녹이는 군불이 되어터진 발 덮어주는 재가 되어서 어머니는 지금도 불을 지핀다춥고 가난한 아궁이 앞에서 08.12.11퇴근버스 안에서 추억을 깁다가...

석류

석 류 김영미 갈라진 벽 틈 사이로 빛을 튕겨 나온 먼지가 와락 가슴을 파고든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음은 아니다 빛에 엉기던 먼지의 몸짓처럼 날 향한 빛 밝히며 제 속을 생채기 내던 그녀의 속앓이를 알지 못했다 내밀한 곳에서 요동치던 잇새에 물린 파열음 돌아갈 수 없는 마주보고 있지만 포옹할 수 없는 지금 벌어진 틈보다 더 크게 쏟아내지 못했던 언어의 무게가 보이기 시작했다 요염한 몸짓으로 눈물 흘릴 때 끌어안고 함께 울었어야 했다 주체할 수 없어서 터진 울음이 햇살보다 눈부시다 틈새로 쏟아지는 춤사위가 농염하다 틈이 생기기 전엔 알지 못했다 내가 그녀의 벽이었음을, 2008.08.13 시넋: 혹여 그대 가슴에 벽이 있다면, 지금 사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