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아궁이 앞에서

언어의 조각사 2008. 12. 13. 12:18

아궁이 앞에서/김영미

 

 

차가운 궁둥이에 불을 지핀다

시커먼 굴을 향해 불길을 낸다

 

때론 

매캐히 눈물 나게 토라지지만

살살 불어주는 입김 앞에선

온몸 불덩이로 변해가는 너

 

인고의 세월 더께붙은 그을음도 

부짓갱이 애무에

잉걸불 꽃 피우는

밤하늘 별조각이 저리 고울까

 

스스로를 태우는 타오름으로

시린 가슴 녹이는 군불이 되어

터진 발 덮어주는 재가 되어서 

어머니는 지금도 불을 지핀다

춥고 가난한 아궁이 앞에서

 

08.12.11

퇴근버스 안에서 추억을 깁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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