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질주

언어의 조각사 2008. 12. 31. 13:46

햇볕아래

온몸으로 빛을 투영하는 얼음꽃

곧 사라질 희소稀少의 절정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차창에 엉기던 조각얼음이 눈물을 흘린다

낙조가 2008년 자투리 창을 베어 먹다

흠칫 나와 눈맟춤 할 때였다

 

한산한 도로엔

불뚝불뚝 뼈 세우는 혼절한 그리움이

상실을 잊으려는 듯 무한질주다

불꽃튀던 연정도

핏줄땡기는 끈끈함도

이별뒤엔 후회의 모래톱만 쌓이고

 

속도의 가장자리로 내몰린

새끼를 품었을 어미의

앙상한 잔해에서 전해오는 전율

온기없는 바람이 가슴을 후빈다

 

뼈를 드러낸 짐승의 등 뒤로 

피빛 노을의 숨찬 엔진소리

내 가슴엔

자꾸 자꾸만

얼음꽃이 피어나고 

 

200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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