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유성이 되었지만

언어의 조각사 2008. 10. 21. 21:16

유성이 되었지만

                           김영미

 

 

봄마실 나온 잔별들

분원강 물결에 몸 씻는 동안

내 가슴엔

그대 심장소리

슬며시 흘러와 별이 되었다

 

산이 제 그림자를 거두어 갈 때도

달맞이 접은 꽃잎에 맺힌 눈물

햇살이 훔칠 때도

내 안의 별은 잠들지 않았다

 

강물이 밤마다 노을을 품던 깊은 속내 

바람에게 드러내 보이던 날

별똥별 품은 가슴에선

별가루를 쪼개고 쪼개며

작은 우주를 부풀리고 있다.

 

2008년 3월, 노을이 아름답던 분원의 횟집에서.

착각의시학.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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