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 김영미 12월이 죽었다 한 줌 햇살도 허락되지 않던 음지 눈뜨면 생생하게 되살아 알 수 없는 소멸의 빛이 못질하는 야광의 날들 틈새로 새어들던 물세례와 물소리 걸러낸 어둠 속에서 투명한 음표들이 비상의 깃 편다 꿈을 꾼다는 건 증명할 수 없이 깊숙이 뻗은 뿌리의 알리바이를 헛짚는 일 햇빛이 콩나물과 눈 맞춤 않고 즉사한 12월, 밤이 낮보다 긴 날의 눈 내린 거리는 봄을 예열 중이다 너와의 어둠이 길게 드리운 날 한마디 위로 대신 봄 햇살 그득 담아 서럽도록 시원한 물 한 바가지 콩나물에 쏟아붓는다 어둠 속에선 음표들이 발돋움하며 숨 고르는 중 2020.12.21 동짓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