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곡 변주곡 心田김영미 하늘에 걸린 나무를 악보삼아 매미소리가 숲을 흔든다 재즈와 클래식으로 심혼을 휘젓다가 심사가 뒤틀리면 짜증이고 신명나면 댄스곡이다 초목의 길들이 깊어지고 태양열에 맞선 숲 숨고를 때 네게 닿지 못한 마음 노래가 된다 무수한 침묵의 소리를 담고 칠월의 숲.. 시작노트 2016.07.20
봄날의 노스탈지어nostalgia 봄날의 nostalgia 김영미 문둥이가 간을 빼먹는다던 바람 빠진 소문들이 무더기로 피었습니다 나뭇짐에 얹혀 활짝 안기던, 문둥병보다 무섭던 가난 홀로 지고 한아름 꽃으로 봄을 전한 사랑 무덤가에 소문처럼 번집니다 당신 품에선 꿈꾸며 하늘을 날다 두려움이 공존하는 참꽃의 유혹처럼.. 시작노트 2016.04.29
등대 등대 김영미 폭풍우에 노출되곤 하던 시대의 바다에서 방금 튀어 오른 태양의 숨비소리 듣는다 길 잃은 문장들이 조난을 견디고 등대에 닿듯 격랑의 파고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 절정은 늘 노출되기 쉬운 법 포만은 곧바로 퇴색되고 이루지 못한 예혼藝魂의 길은 아득해 지천명의 문턱을 넘었어도 채우지 못한 열망은 오래도록 떫은 빛이다 기억의 창고가 헐렁해지는 한낮 뒤엉킨 문장의 열쇠를 찾다 커피 한 잔과 마주한 사유의 충돌 그 익숙해진 이국의 향이 유통기한 없는 추억의 둑을 넘은 소꿉놀이를 풀어 놓는다 꿈이 뭔지 몰라도 육남매 웃음소리 뛰놀던 곳 툇마루와 봉당에 얹은 먼지의 사연을 빛나게 하던 그 햇살의 행방이 궁금해진다 해독되지 않던 모스부호처럼 흩어진 문장들이 빈 잔으로 모여드는 고향 뜰은 따듯하다 등대처럼, 1.. 시작노트 2016.03.02
내 생이 끝나도 내 생이 끝나도 김영미 한낮의 허기를 채우고 나면 *신들의 정원을 걷는다 명성과 치부도 소용없이 나란히 하늘로 향한 길 몇몇은 석벽에 갇혀 산자의 명분을 치세우고 더러는 덩굴에 잠식된 봉분이 이승의 흔적으로 남아 비움의 길은 사유의 고리로 무겁다 내 생이 끝나는 날에는 가장 .. 시작노트 2015.11.24
관절.2 관절.2 김영미 잇새를 물고 돌아눕던 그녀의 무릎에서 뼈 속까지 장마가 몰려왔다 젊은 날 그녀는 젖은 귀밑머리 뒤로 마당까지 따라오던 밭고랑을 탈탈 털며 자식들 습기를 말려주곤 했다 마모된 신발사이로 삐죽 생채기 든 맨발을 시린 햇살이 거둬 마루에 오르던, ...... 삐걱대는 문틈.. 시작노트 2015.09.12
엄니도 여인이었어라 엄니도 여인이었어라 김영미 그녀가 닫고 떠난 서랍 속 구찌베니가 말을 건넨다 지워진 날들은 모성 그늘에 숨은 여심의 부재일까 서랍을 열자 미처 그리지 못한 입술 흔적들 그 붉던 날들이 길다랗게 앓고 있다 유폐된 그녀의 심중을 훔친 나는 먼지 낀 알리바이 속에서 누군가 보내온 .. 시작노트 2015.06.23
낙화는 열매의 지름길이다 낙화는 열매의 지름길이다 / 김영미 봄 가슴에 방점 하나 찍고 가는 저기, 저 꽃 진자리 휘모리장단으로 돌아누운 춤판 땀내가 향긋하다 꽃들의 비명을 밟고 간 바람의 비늘이열매를 키우는 벚꽃 진자리 연산홍 불 밝혀도 꽃빛 닳도록 네게 닿지 못해 너를 앓는다 환한 울음으로 견고해지는 길속 온 맘 흔들어 온통 꽃이 되고픈 푸른 신열로 달뜬 늦사월 꽃 진자리 그득히 너를 채운다 15.4.23 시와수상문학 15.여름호, 자연문학 시작노트 2015.04.23
나무의 문장 나무의 문장 김영미 봄물에 휘는 나무를 본다 꽃망울 핥던 바람으로 글자들이 물렁해지고 있다 꽃의 종착역이 낙화였다면 꽃잎의 유배지는 열매에 이르는 길일까 꽃잎이 열매에게 열매가 나무로 이어지는 지문을 읽는다 나무가 나무에게 가는 길이 깊어지고 겨울에 묶였던 단서들이 탈.. 시작노트 2015.03.19
봄을 비틀다 봄을 비틀다 김영미 화들짝 눈뜬 봄 공상으로 연체된 공복의 날들을 넘겨본다 풍요 속으로 허기진 집단적 망각의 시대라 해도 나무는 꽃눈 부풀려 허공을 배불리고 여린 가지로 겨울의 지친 등을 토닥인다 우주의 심장에서 무시로 뛰놀던 소꿉놀이 시절 그 작은 손에 쥐어진 너른 세계로.. 시작노트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