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171

등대

등대 김영미 폭풍우에 노출되곤 하던 시대의 바다에서 방금 튀어 오른 태양의 숨비소리 듣는다 길 잃은 문장들이 조난을 견디고 등대에 닿듯 격랑의 파고는 결코 지루하지 않다 절정은 늘 노출되기 쉬운 법 포만은 곧바로 퇴색되고 이루지 못한 예혼藝魂의 길은 아득해 지천명의 문턱을 넘었어도 채우지 못한 열망은 오래도록 떫은 빛이다 기억의 창고가 헐렁해지는 한낮 뒤엉킨 문장의 열쇠를 찾다 커피 한 잔과 마주한 사유의 충돌 그 익숙해진 이국의 향이 유통기한 없는 추억의 둑을 넘은 소꿉놀이를 풀어 놓는다 꿈이 뭔지 몰라도 육남매 웃음소리 뛰놀던 곳 툇마루와 봉당에 얹은 먼지의 사연을 빛나게 하던 그 햇살의 행방이 궁금해진다 해독되지 않던 모스부호처럼 흩어진 문장들이 빈 잔으로 모여드는 고향 뜰은 따듯하다 등대처럼, 1..

시작노트 2016.03.02

낙화는 열매의 지름길이다

낙화는 열매의 지름길이다 / 김영미 봄 가슴에 방점 하나 찍고 가는 저기, 저 꽃 진자리 휘모리장단으로 돌아누운 춤판 땀내가 향긋하다 꽃들의 비명을 밟고 간 바람의 비늘이열매를 키우는 벚꽃 진자리 연산홍 불 밝혀도 꽃빛 닳도록 네게 닿지 못해 너를 앓는다 환한 울음으로 견고해지는 길속 온 맘 흔들어 온통 꽃이 되고픈 푸른 신열로 달뜬 늦사월 꽃 진자리 그득히 너를 채운다 15.4.23 시와수상문학 15.여름호, 자연문학

시작노트 201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