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봄을 비틀다

언어의 조각사 2015. 3. 12. 16:31

봄을 비틀다

                            김영미

 

 

화들짝 눈뜬 봄

공상으로 연체된 공복의 날들을 넘겨본다 

풍요 속으로 허기진 집단적 망각의 시대라 해도

나무는 꽃눈 부풀려 허공을 배불리고

여린 가지로 겨울의 지친 등을 토닥인다

우주의 심장에서 무시로 뛰놀던 소꿉놀이 시절 

그 작은 손에 쥐어진 너른 세계로

부메랑 던지던 해묵은 그날처럼,

푸른 발자국 따라 봄빛을 마신다

나이테 속 음계가 깨어나듯

바람을 견딘 꽃망울이 실하다

 

15.03.01

3.1절에 태극기를 놓치다.

 광주문학.19 한국창작문학16봄

'시작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후의 사랑  (0) 2015.04.08
나무의 문장  (0) 2015.03.19
봄바람  (0) 2015.03.05
겨울과 봄 그 틈새  (0) 2015.02.09
죄가 되지 않을 이름으로  (0) 201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