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고흥장터

언어의 조각사 2019. 9. 10. 11:14

 

고흥장터  / 김영미

 

짓눌린 생의 지반이 출렁이는 새벽

어판장은 푸른 눈빛으로 활기차다

온밤 발갛게 달군

하루 치 석쇠에 바다를 굽는다  

거친 손마디 굴절된 여정으로 노곤한 전대엔   

막내 등록금과 손주들 과자값이

행복의 연기를 피워 올리고  

거친 파도 헤치며 낚은 어부의 바다와

발 부르튼 삶을 버무린 

풍파를 견딘 생이 맛깔스럽다  

좌판을 펼쳐놓은 고흥 뜰이

어판장 넘나들던 바람 앉혀놓고

하늘 너비를 흥정하는데  

장터 골목으로 들어선 햇발이

펄떡펄떡 뛰놀던 눈빛을 복사해

온누리 바다를 출력 중이다

 

19.09.08   

미리 성묘를 마친 남편과 함께 간 고흥의 장터는 추석맞이로 활기차다.

새롭게 증축중인 고흥전통시장 뒤편에 자리 잡은 상인들은 반건조생선을 굽느라 분주하던, 

그 고흥 장터의 소묘를 옮겨본다.

 

모던포엠19.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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