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추억 당기기

언어의 조각사 2020. 5. 25. 16:53

추억 당기기

                     김영미

 

 

유월,

햇살을 퍼 나르는 보리 내음이 빛난다

오전 내내 곡선의 미학을 서성거리던 몇 개의 논두렁들

오후가 되면서 시든 풀빛으로 낮아진다

 

유월이란 누군가 그리다 만 유화 같은 것

산비탈을 지키는 몇몇의 비문만이

산꿩의 긴 울음을 삼키고 있는 오후

농경을 빠져나온 자전거 하나

외진 속도를 재촉하며 마을로 사라지고

 

왜일까

먼 옛날의 기억을 등 돌리며 사라지는 풍경 속에서

내가 발이 저리도록 서 있어야 하는 그 이유는,

저것들을 지키기 위해

더 더딘 속도로 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하리

 

해마다 유월이 오면

달거리 하듯 낡은 주소 속 엄마를 그린다

보리 이랑 깜부기 같은 기억의 강 너머

나무 그늘에 앉아서 햇살을 호미질하는

엄마 바라기 어린 소녀는

아직도 풋기 덜지 못한

유월의 감나무 밑을 서성인다

 

 

20.5.24

모던포엠.20.7월

풋기 덜지 못한 추억의 얼레를 돌리고 있다===>

풋기 덜지 못한 유월의 감나무 밑을 서성인다.(20.8.9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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