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당기기
김영미
유월,
햇살을 퍼 나르는 보리 내음이 빛난다
오전 내내 곡선의 미학을 서성거리던 몇 개의 논두렁들
오후가 되면서 시든 풀빛으로 낮아진다
유월이란 누군가 그리다 만 유화 같은 것
산비탈을 지키는 몇몇의 비문만이
산꿩의 긴 울음을 삼키고 있는 오후
농경을 빠져나온 자전거 하나
외진 속도를 재촉하며 마을로 사라지고
왜일까
먼 옛날의 기억을 등 돌리며 사라지는 풍경 속에서
내가 발이 저리도록 서 있어야 하는 그 이유는,
나
저것들을 지키기 위해
더 더딘 속도로 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하리
해마다 유월이 오면
달거리 하듯 낡은 주소 속 엄마를 그린다
보리 이랑 깜부기 같은 기억의 강 너머
나무 그늘에 앉아서 햇살을 호미질하는
엄마 바라기 어린 소녀는
아직도 풋기 덜지 못한
유월의 감나무 밑을 서성인다
20.5.24
모던포엠.20.7월
풋기 덜지 못한 추억의 얼레를 돌리고 있다===>
풋기 덜지 못한 유월의 감나무 밑을 서성인다.(20.8.9 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