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숯 빛 기억 속에는

언어의 조각사 2020. 10. 22. 21:55

숯 빛 기억 속에는
                           김영미

 

 

지금 당신은

여든다섯 세월의 여울목을 찾고 계십니다

온기 희미한 햇살 등 돌리고 앉아

삶의 마지막 시간을 거스름하고 있습니다

 

육신이 무뎌진 후

암세포마저 더디 동행하는 어머니의 한때

미간 사이엔

치매의 흔적을 애틋하게 모아 놓고

세월 저쪽을 가지런하게 넘겨다봅니다

 

어디 모성의 강을 건너와 마르지 않은 가슴 있을까요

그래서였을까

그런 당신이 야속해

연어들의 삶을 떠올리던 나의 삶도

어쩌면 당신이 건네준 작은 방황이었을지도 모를,

 

헐거워진 기억의 빗장 부여잡고서

행여 자식에게 짐이 될까

세상 저쪽 길을 재촉하며 기도하던 어머니를

나는 잊고 살았습니다

 

지금 당신은

육 남매 얼굴마저 낯설다 하십니다

생사의 경계에서 줄다리기하며

기도하는 밤,

달빛 젖은 강 너머

욕망의 빗장 풀고 시소 타는

등 돌린 어제의 오늘

 

2020.10.21

문학과 예술

 

youtu.be/S159Ik44h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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