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김영미
제 몸 사다리삼아
나른한 여름날을 허공에 옮겨놓고
등불을 켠다
하늘에 닿지 못한 발 저린 사연
툭 떨구고
빛을 향한 사다리 늘이는
궁벽을 감싸는 오체투지다
온몸 사르며 한여름 밝히는
저 꽃빛 가슴에 담아
세상과 다투던 폐허에 꽃 피울
줄기 뻗을 수 있기를,
꽃들이 잡아당긴 허공은
굴절된 *피안彼岸을채우는
사바娑婆의 눈물,
별빛이 씻긴 이슬의 통로다
라싸의 강을 건넌 나비의 길목에
붉은 사리가 쌓인다
19. 08. 15 진정한 해방을 꿈꾸며...
*피안彼岸: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이르는 경지,깨달음의 사바세계
한국현대작가19.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