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능소화

언어의 조각사 2019. 8. 15. 20:31

 

 

능소화

 

                         김영미

 

 

제 몸 사다리삼아

나른한 여름날을 허공에 옮겨놓고

등불을 켠다

하늘에 닿지 못한 발 저린 사연

툭 떨구고

빛을 향한 사다리 늘이는

궁벽을 감싸는 오체투지다

온몸 사르며 한여름 밝히는

저 꽃빛 가슴에 담아

세상과 다투던 폐허에 꽃 피울

줄기 뻗을 수 있기를,

꽃들이 잡아당긴 허공은

굴절된 *피안彼岸을채우는

사바娑婆의 눈물,

별빛이 씻긴 이슬의 통로다

라싸의 강을 건넌 나비의 길목에

붉은 사리가 쌓인다

 

 

19. 08. 15 진정한 해방을 꿈꾸며...

 

*피안彼岸: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이르는 경지,깨달음의 사바세계

 

 

한국현대작가19.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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