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그리움이 번지는

언어의 조각사 2018. 10. 2. 17:15

그리움이 번지는/   김영미

 

 

하늘이 간밤의 선잠을 털어내던 새벽

햇살 속으로 물안개 몸을 섞는다

나비가 스쳐간 강 언저리

윤슬에 일렁이는 마른 꽃대궁

웅크린 시간 속 세월의 주름들은 강 밖에 있다 

 

바람이 머물다간 그 자리

풀꽃은 씨방을 비우고

한 계절 몸살지다 슬어놓은 생이 숨는다

비춰지는 모든 것은 바깥에 있다

거울 밖 마음처럼 물결에 어리는 그림자가 고독하다

 

내 생의 가녘에 그대가 있지만

강과 풀꽃처럼 닿을 수 없는 바깥이다

꽃잎이 열매에 이르는 길과

열매가 잎을 틔우는 생의 경계로 번지는 끌림

 

내가 바깥에서 그대 마음 안을 서성이는 것처럼

심장 졸아드는 날이거나,

무성영화 속 지루한 삶의 자막처럼

흐르지 못하고 혀를 굳힌

마음의 메타포를 던지는

그댈 향한,

 

18년 시월의 첫날에

 

모던포엠19년 신년호

착각의 시학 사화집

 

 

사진작품 : 고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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