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번지는/ 김영미
하늘이 간밤의 선잠을 털어내던 새벽
햇살 속으로 물안개 몸을 섞는다
나비가 스쳐간 강 언저리
윤슬에 일렁이는 마른 꽃대궁
웅크린 시간 속 세월의 주름들은 강 밖에 있다
바람이 머물다간 그 자리
풀꽃은 씨방을 비우고
한 계절 몸살지다 슬어놓은 생이 숨는다
비춰지는 모든 것은 바깥에 있다
거울 밖 마음처럼 물결에 어리는 그림자가 고독하다
내 생의 가녘에 그대가 있지만
강과 풀꽃처럼 닿을 수 없는 바깥이다
꽃잎이 열매에 이르는 길과
열매가 잎을 틔우는 생의 경계로 번지는 끌림
내가 바깥에서 그대 마음 안을 서성이는 것처럼
심장 졸아드는 날이거나,
무성영화 속 지루한 삶의 자막처럼
흐르지 못하고 혀를 굳힌
마음의 메타포를 던지는
그댈 향한,
18년 시월의 첫날에
모던포엠19년 신년호
착각의 시학 사화집
사진작품 : 고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