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달콤한 / 김영미
한낮을 가로지르는 풀 내음
햇살 마르는 소리에
단풍과의 미궁에 빠진 나무
꽃들의 파열음으로 꿀이 되던 길에는
허공에 가지 치며 햇빛이 익어간다
여문 생 저장한 노인의 가슴처럼
꽃들의 유언으로 달콤하던 양봉장이 한산해지자
풀섶마다 반쪽을 찾는 날개 짓이 분주하다
허공의 음계를 조율하며
저들 노래에 취한 내 사랑은
잠시 휴업 중
지상의 성장기속으로 잠입한 봄날이
긴 여정의 산고를 견디며 단단해지는 계절
호접몽 여운이 감도는 양봉장엔
꿀 없는 밀납으로 사랑의 음표가 깃든다
노인의 틀니처럼 슬픔을 밀어내며
비상하려는 모든 꿈은 아름답다
꽃과 곤충
사람의 날개가 빛날 수 있는 건
날개보다 올곧은
사랑의 심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2018.9.11
모던포엠19년 신년호, 착각의시학(사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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