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뭐했니 /김영미
라일락 향낭 터트리는
저 빗소리 베고 한숨 자고 나면
숲은 더욱 울창하겠지
푸르름 덧칠하는 풀들의 그림 뒤로
버짐 먹은 고목은
겨울의 강 차마 건너지 못했나 했는데
긴 잠 떨치고 깨어나 연둣빛 혀 내민다
봄을 예열하던 진열대를 빠져나온
꽃들의 줄서기가 끝날쯤에야
감나무는 방명록에 서명 한다
두텁던 세사의 껍질 속
푸른 심지 돋우며 사랑을 앓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희망의 바람으로
가지마다 꽃들의 박물관을 짓고 있다
그곳에 마음 놓는 사이
사월의 날짜들이 지워지고 있다
향기롭던 그 전율
마른버짐 같은 그리움
번져가는 녹음 속에 풀어 놓고
해묵은 경전 펼치며
빗방울 향해 뿌리를 뻗는다
고사목 향하던 가슴에 꽃눈 부푸는
저 아찔한,
2018.4.26
18.9 모던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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