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휴전선에 봄을,

언어의 조각사 2017. 11. 29. 10:56

휴전선에 봄을,

                       김영미



담장에 금을 긋는다

견고하다고 믿던 그 곳을

바람이 비집고 들어선다 

메마른 틈새의 은밀한 통정 

굽실거리기 싫어 뻣뻣하던 허리가

서서히 겸손해지는

뒤틀린 모순矛盾과 민낯을

가지런히 햇살에 안친다

담장에 군불을 지피며

씨알하나 묻는다

뿌리부터 슬몃슬몃 젖어들고 있다

젖은 풍경사이로

겨울에 묻힌 꽃의 계보를 들춰본다

계절의 축이 기울기 시작했다

담장이 뭉쿨,

제 속을 밀어내고 있다

++++++++++++++++++++++

틈을 낸다는 건 마음의 교집합을 넓혀가는 일이다
작은 씨앗 틈에서 거목의 움이 돋고
모든 망울도 틈을 벌려야 꽃이 된다

북한은 오늘도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발사했다.


2017.11.29

광주문학.21

그림:삶의언저리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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