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변주곡 / 김수영 의 변주곡 / 김수영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都市)의 끝에 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삼(三)월을 바라보는 마른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10.04.18
거미/이수영 거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음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음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음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렀다. <1954년> 일러스트=이상진 다가올 설음을 알기에 ..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10.03.24
속옷 속의 카잔차키스/이길상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속옷 속의 카잔차키스 이름 이길상 잘 갠 속옷 속에는 영혼의 세숫물이 썩어간다 눈을 씻어내도 거리의 습한 인연들 내 안을 기웃거린다 내 폐허를 메울 사막은 그때 태어난다 반성하듯 내복을 차곡차곡 갤 때 올마다 낙타 한 마리 빠져나간다 밤, 속옷을 갤 때마..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10.03.21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10.02.02
기타 등등/김경선 기타 등등 · 1 외 2편 / 김경선 그 무리의 일부일 뿐 단 한 번도 지명 된 적이 없는 내 이름은 으깨지고 치대져 반죽이 된다 수많은 기타에 섞인 A나 B 혹은 C 등등, 나는 아름드리 그늘 뒤에 가려진 잡목, 잡초에 묻힌 들꽃, 언제나 나는 부록이다 한때 주연을 꿈꾼 적 있지만 끝내 만약은 오지 않았다 덤.. 그룹명/보물창고 2010.01.23
[2010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2010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호주머니 속 알사탕 / 이송현 호주머니 속, 신호등 빛깔 알사탕 제각각 다른 색깔이라 달콤하다면서 왜 얼굴색은 다르면 안 된다는 걸까? 급식 당번 온 우리 엄마 검은 얼굴 보더니 친구들 모두 식판 뒤로 숨기고 멀찍이 뒷걸음질 친다, 뒤로 물러난다. "너희 엄마 .. 그룹명/보물창고 2010.01.23
고래를 기다리며외2/이사랑 고래를 기다리며 외 3편 / 이사랑 땅 속 깊은 곳 그곳엔 꿈에서 만난 푸른 고래가 살고 있다 고래가 지하 땅 속으로 이동해 왔다는 소식은 지금껏 없었지만 나는 그를 고래라고 부른다 (누가 장생포에서 고래를 기다리는가) 어제 저녁에도 수백 미터 지하에서 요나처럼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가 나는 멀.. 그룹명/보물창고 2010.01.23
바늘의 무렵외1 / 김경주 바늘의 무렵 / 김경주 바늘을 삼킨 자는 자신의 혈관을 타고 흘러 다니는 바늘을 느끼면서 죽는다고 하는데 한밤에 가지고 놀다가 이불솜으로 들어가 버린 얇은 바늘의 근황 같은 것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끝내 이불 속으로 흘러간 바늘을 찾지 못한 채 가족은 그 이불을 덮고 잠들었다 그 이불을 하나.. 그룹명/보물창고 201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