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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45회] 차도르

차도르                 김영미 관습을 지키기 위해 족쇄가 된 차도르바다로 흐르지 못한 숨결이 울렁거린다 이제 강은 지쳤다주변을 떠돌던 들녘도다시는 저 상류를 꿈꾸지 못하고여인들은 밤을 통과하기 전 이미 늙거나잉태한 코란을 낙태하기도 한다 유리천정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아름다움으로 위태로운 벽길들어진 심연에서 알을 깬 애벌레는나비가 되어 날고 난다 조선의 모퉁이를 돌아온 여인이편의점에 들러 퇴근 후 가사노동을 위로하듯드링크 뚜껑을 비틀어노곤한 피로와 몇 알의 울분을 삼키자몸에서 흐르던 장옷이 날아간다 달빛이 흐르던 한강에 닻을 내린 유람선얼룩진 몸을 닦고 아늑하게 치장해 주다 보니고요해지는 마음에 신사임당이 들어선다 치를 떨며 사막을 건너온 바람에한강을 넘나드는 차도르의 날개가슬프도록 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44회] 십구공탄의 추억

십구공탄의 추억                          김영미 세파골 냇가에서 빨래하던 날손이며 얼굴이며눈이 맞은 부위마다 통증이 희다 산비탈을 오르내리던 햇살을 가로질러장작이 있던 뒤란에는월동의 부피로 연탄이 쌓이고 십구공탄의 숨통을 드나들던 따듯한 가난과시우는 온기를 부여잡고 지새우던 밤그 가물거리던 내일을 향한 횃불은 이어져가파른 골목에는연탄을 품고 오르는 아이 손잡고햇볕을 퍼 나르는 땀내 그득한 숨소리 나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열아홉 순백의 마음에 수묵화를 그리던 시절벽에 붙어있던 단물 빠진 껌처럼가슴 속 매캐한 검은 안개 게우며동치미를 벌컥벌컥 들이키던 기억 연통을 통해 퍼지던 흰 덕담이 그리운지눈은 밤새 쌓이고옆집 노인의 쿵쿵거리는 기침에짐짓 길을 잃을까 봐              조근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