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시인의 참 시詩 방앗간

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45회] 차도르

언어의 조각사 2025. 1. 8. 16:53

차도르 

                김영미

 

관습을 지키기 위해 족쇄가 된 차도르
바다로 흐르지 못한 숨결이 울렁거린다

 

이제 강은 지쳤다
주변을 떠돌던 들녘도

다시는 저 상류를 꿈꾸지 못하고
여인들은 밤을 통과하기 전 이미 늙거나
잉태한 코란을 낙태하기도 한다

 

유리천정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름다움으로 위태로운 벽
길들어진 심연에서 알을 깬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날고 난다

 

조선의 모퉁이를 돌아온 여인이
편의점에 들러 퇴근 후 가사노동을 위로하듯
드링크 뚜껑을 비틀어
노곤한 피로와 몇 알의 울분을 삼키자
몸에서 흐르던 장옷이 날아간다

 

달빛이 흐르던 한강에 닻을 내린 유람선
얼룩진 몸을 닦고 아늑하게 치장해 주다 보니
고요해지는 마음에 신사임당이 들어선다

 

치를 떨며 사막을 건너온 바람에
한강을 넘나드는 차도르의 날개가
슬프도록 아름답다

 

[作詩메모]

- 양성평등 나비효과가 태평양을 넘기를


이슬람 여인들이 둘러야 하는 차도르의 종착역은 허위가 되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남존여비 사상과 그 문화에 길들어진 삶을 살다 보니,

사회나 직장 또는 가정에서 느끼는 불합리한 대우에 울컥 화가 치밀 때가 있다.

 

우리는 이슬람 여인들의 삶을 통해 제도와 관습 사이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요즘 세대들은 일과 가정 양립을 추구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양성평등은 아직 먼 세계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일도 잘하며 감성도 풍부하지만, 엄마와 아내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양성평등기본법에는 ‘개인의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없애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양성평등의 나비효과가 태평양을 넘어 불합리한 그녀들에게 닿기를 바래 본다.

▼ 골프타임즈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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