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 576

기울어진 시월의 밤을 추모하며

데카르트에 의하면 모든 사물은 가까이하면 그 모서리의 모난 곳이 드러난다고 했던가요.. 그렇게 보자면 우리는 위선이나 위험의 징조를 파악해야 할 때마다 먼 곳의 관점을 빌리는 듯도 합니다. 그래선지 사람들은 위험을 예측하거나 확인하는 일을 진실을 확인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하는지도 모릅니다. 문득 어느 낡고 습기 찬 계단을 내려가다가 예상치 못한 계절을 만난 듯 2022년 10월의 끄트머리에서의 밤은 그렇게 위험에 대비하지 못한 축제, 젊은이들과의 이별로 미끄러진 핼로윈데이가 되었습니다. 아직 이육사의 발자취를 찾던 안동으로의 문학기행 여독이 풀리지 않았는지 시월의 끝날이 와닿지 않던 차에 안타까운 소식으로 가슴이 먹먹합니다. 고령화 사회를 짊어진 이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그룹명/사랑방 2022.10.31

밤하늘은 깨진 파일이다

밤하늘은 별들의 주유소다 ‘화기엄금’이라는 문구를 읽으며 신생의 별들은 또 먼 길을 주유한다. 몇 개의 성좌를 희미한 여행지로 지목하며 낡은 바코드를 찍는다. ... 밤하늘을 드라이브하는 일은 늘 모국어 속을 헤매는 위태로운 문장들 같습니다. 그 안엔 윤동주 시인님의 북간도와 고국의 어머니도 복사되고 있습니다. 밤하늘은 참 아름다운 지상의 형무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22년 11월2일의 밤하늘도 그렇게 눈물겹도록 아름답습니다. 2022.겨울 순수문학

그룹명/사랑방 2022.10.19

허난설헌을 만나다

2022년 10월 15일 남한산서아트홀에서 창작오페라 ‘허난설헌’쇼케이스가 열렸다. 나는 딸의 시어머니를 초대해서 함께 관람할수 있어서 참 좋았다. 허봉과 초희, 허균은 시대를 초월한 인물이다. 이들 가족의 생각은 시대의 이단(異端)일 수밖에 없는 유교가 근본이념인 조선에서 허초희(난설헌)는 여인으로 태어났으니, 엄격한 신분제도와 남녀의 차별 없이 평등하고 공정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설계한다는 것이 허망한 이상으로 치부되는 세상에서는 탁월한 능력이 오히려 견디기 힘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경험했을 것이다. '이상국(理想國)건설'이라는 유토피아가 꿈이 아닌 지금 이 시대에 우리와 공존할 수 있음은, 그분의 묘소가 있는 너른고을 광주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초연한 창작오페라 ‘허난설헌’쇼..

그룹명/사랑방 2022.10.17

축시

축시// 김영미 친구여 기억하는가 우리가 걷던 호숫가와 그곳에서 수선화처럼 피어나던 이야기들 그럴 때 마다 친구에게 읊어주고 싶던 푸쉬킨의 시를 떠올리다가 그것보다 더 환한 친구의 웃음에 낯설어 지던 나, 친구여 기억하는가 우리가 선택한 그 걸음들 속에서 몇 줌의 대화만 갖고도 인생은 산책이 되고 아름드리나무에서 찾아낸 바이올린 하나가 되기도 하는 그 놀라운 시간들을... 그리하여 친구여 기억하는가 미래는 또다른 종류의 과거임에 우리가 걸어가는 저쪽에 더 많은 추억이 있을 것임을, 그곳에 백년의 사랑이 있었다니 그곳에 사철 마르지 않을 장미의 날들이 있었다니 친구여 기억해 주시라 우리가 늙고 더는 추억밖에 없는 날 그날에도 그 사랑 지상 최고의 산책이 되기를 최정임♡정진화 두분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2..

그룹명/사랑방 2022.10.11

9월의 우먼리더스

9월의 비표가 들꽃모자였던 시절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멀미처럼 가파른 고샅길과 소문이 끊긴 집 안의 풍경, 언제부턴가 힘껏 깨워도 쇳소리만 낼뿐 물을 건네주지 않던 녹슨 펌프에 이르기까지 들녘으로 나가기 전의 마을 안은 고요가 비표가 되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너른골 광주의 풍경은 진취적이고 따듯합니다. 매달 만나는 반가움으로 에서의 9월 28일은 들썩이고 있었다. 관내 수해복구현장에서 또는 미래지향적인 탄소 중화 산업에 관한 교육 등등으로 우먼 리더스의 봉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음을 토론하는 사이 8시 30분의 영업 종료를 알리는 업소의 안내로 우리는 주차장에서도 한참을 머물며 담소를 나눴다. 지방에서 워크숍 중인 전 시의회 의장의 빈자리를 아홉 명의 회원들이 사랑과 열정으로 채우던 9월의 밤..

그룹명/사랑방 2022.09.29

옹이가 있던 자리 / 이윤훈

옹이가 있던 자리 / 이윤훈 울타리 한켠 낡은 잿빛 나무판자에서 옹이 하나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아이가 물끄러미 밖을 내다본다 그 구멍에서 파꽃이 피었다 지고 분꽃이 열렸다 닫힌다 쪼그리고 앉아 늙은 땜쟁이가 때워도 새는 양은냄비 솥단지를 손질하고 겨울의 궤도에 든 뻥티기가 등이 시린 이들 사이로 행성처럼 돈다 꿈이 부풀기를 기다리며 코로 쭉 숨을 들이키는 이들 홀쭉한 자신의 위장을 닮은 자루를 들고 서 있다 이승의 끝모서리에 이를 때마다 나는 아이의 그 크고 슬픈 눈과 마주친다 나는 아픈 기억이 빠져나간 그 구멍으로 저켠 길이 굽어드는 곳까지 내다본다 누가 잠자리에 들 듯 목관에 들어가 눕는다 뚜껑이 닫히고 어둠이 쿵 쿵 못질하는 소리 문득 옹이 하나 내 가슴에서 빠져나가고 세상 한 곳이 환히 보인..

8월의 우먼리더스!

구름은 은유가 되지 못한 메마른 날들의 서정시겠지요.. 장마를 딛고 새벽을 건너온 9월은 말끔하게 지워진 칠판 속 사연 같은 한가위가 있는 달입니다. 건강하게 가슴속 보름달을 부풀리며 곧 찾아올 추석명절을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광주시 우먼리더스의 8월에는 경기 광주시 문화재단에서 문화사업으로 시행된 '찾아가는 영화관' 와 함께 2022년 8월 31일 수요일 남한산성에 위치한 에서 담소를 나눴습니다. 가야금연주와 민요공연에 이은 영화관람으로 8월을 향기롭게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장마로 곳곳에 수해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그동안 광주시청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경관은 빛을 잃지 않았고 두분의 빈자리가 아쉬웠지만, 소미순지도자님과 금미영지도자님의 차량봉사로 편안하고 즐거운 우먼리더스의 회합을..

그룹명/사랑방 2022.09.02

늘 봄을 안겨주는 다인이

입춘/ 김영미 이제 겨울은 기소중지 되었다 베란다 밖 소문들은 자코메티의 조형처럼 길어지기 시작했고 누군가 실려 온 이삿짐엔 별거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선인장 속 사막이 꽃이 되려면 두 마리의 낙타가 필요할지도 몰라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나의 신분이 미행당하는 듯한 그 짧은 느낌들은 햇살들의 과소비일까 아니면 나만의 조급증일까 어쩌면 봄은 기소되지 못할지도 몰라 한때 나는 먼 시간 저쪽의 소문들을 찾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찾아본 적 있었다 바다를 넘었고 *작은 섬에 이르러 지문이 아니고는 읽어낼 수 없는 화석의 시간을 짐작하곤 했다 미래로 돌아가는 일은 시간의 풍랑을 만나는 일이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내 안의 권태를 버린다는 것 봄날은 더디 갈 것이다 마루 속 10년 전의 표정도 영정이라는 계절 속에..

그룹명/사랑방 2022.07.21

6월의 우먼리더스,

6월의 우먼리더스, 2022년 6월 22일, 정기 모임은 ‘추오정 남원추어탕’에서 만났습니다. 발목부상으로 참석하지 못한 금미영지도자의 빈자리가 허전했지만, 9명의 출석으로 출석률 90%에 위안 삼으며 금미영님 쾌유를 빕니다. 식후 식당 앞에서 담소를 나눈 후, 남편과의 울릉도 여행으로 지각하신 심복화지도자님과 인사를 나눈 후 청석 공원길을 산책하며 석별의 정을 나눴습니다. 생태복원이 잘되어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경안천 주변을 보면서 광주시의 정치경제도 저 맑은 경안천의 물처럼 서로를 어우르며 함께 도약하는 ‘열린사회’로 발전할 것이라 믿어봅니다. 지난 월례회에서 나온 여행 계획의 안건을 8월 말일에서 9월 초로 날짜를 잠정, 조율했습니다. 7월에는 모두가 참석하여 그리움을 해갈하면서 개인적으로 각각의 ..

그룹명/사랑방 2022.06.23

문학과 예술인들의 축제

2022년 6월 18일, 한국문학예술인협회(상임고문 류시호, 회장 한규원) 에서는 성북구청 아트홀에 예술문화의 향연을 펼쳐놓았다. 코로나로 인해 주춤하던 만남의 풍경이 무르익던 날이었다. 오카리나 강사협회 단원들의 펜플릇의 연주로 시작된 공연은 식순에 따른 내빈소개에서 한 분 한 분을 호명하며 모두가 귀빈이라는 한규원회장님의 소개에 걸맞게 예술의 혼을 활짝 펼치며 기량을 뽐내는 멋진 모습들이었다. 나는 “불합리한 세월을 묵묵히 견디며 살아오신 이땅의 어머니들과 육남매를 두고 소천하신 내 어머니 김순호님께 바칩니다”라는 첨언과 함께 를 낭송했다. 공연 막바지로 갈수록 활기를 띠며 함께 호응하는 모습으로 참 좋은 행사였다. 슬픔의 역사를 안고 사는 우리들의 유월은 태양이 길어지는 것도 애증의 사연이 깊어지는..

그룹명/사랑방 2022.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