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김영미
이제 겨울은 기소중지 되었다
베란다 밖 소문들은
자코메티의 조형처럼 길어지기 시작했고
누군가 실려 온 이삿짐엔 별거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선인장 속 사막이 꽃이 되려면
두 마리의 낙타가 필요할지도 몰라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나의 신분이 미행당하는 듯한
그 짧은 느낌들은 햇살들의 과소비일까
아니면 나만의 조급증일까
어쩌면 봄은 기소되지 못할지도 몰라
한때 나는 먼 시간 저쪽의 소문들을 찾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찾아본 적 있었다
바다를 넘었고 *작은 섬에 이르러
지문이 아니고는 읽어낼 수 없는 화석의 시간을 짐작하곤 했다
미래로 돌아가는 일은 시간의 풍랑을 만나는 일이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내 안의 권태를 버린다는 것
봄날은 더디 갈 것이다
마루 속 10년 전의 표정도 영정이라는 계절 속에서
가을을 더디 찾아낼 것이다
발을 헛디딜 때마다 제자리를 찾는 과거의 사연들
조용히 고개를 돌려
시월의 행방을 햇살 너머로 넘겨본다
*작은 섬:강화도 선원사
문학청춘2022가을호
영양사 엄마의 수제 이유식 덕분인지 편식이란 단어가 울 손녀 식단표에는 없다. 모든 음식을 따돌림 없이 잘 먹는 이쁜 박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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