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랑방

허난설헌을 만나다

언어의 조각사 2022. 10. 17. 09:51

2022년 10월 15일 남한산서아트홀에서 창작오페라 ‘허난설헌’쇼케이스가 열렸다.

나는 딸의 시어머니를 초대해서 함께 관람할수 있어서 참 좋았다.

 

허봉과 초희, 허균은 시대를 초월한 인물이다.
이들 가족의 생각은 시대의 이단(異端)일 수밖에 없는

유교가 근본이념인 조선에서 허초희(난설헌)는 여인으로 태어났으니,
엄격한 신분제도와 남녀의 차별 없이 평등하고 공정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설계한다는 것이 허망한 이상으로 치부되는 세상에서는
탁월한 능력이 오히려 견디기 힘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경험했을 것이다.
'이상국(理想國)건설'이라는 유토피아가 꿈이 아닌 지금

이 시대에 우리와 공존할 수 있음은,
그분의 묘소가 있는 너른고을 광주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초연한 창작오페라 ‘허난설헌’쇼케이스는
마치 16세기 조선에서 시공을 초월해 난설헌과 함께하는 공연이었다.

 

난설헌의 동생인 허균의 ‘백성론’에는 항민, 원민, 호민이 있는데
양반에 순종해서 사는 항민, 뒤에서 원망만 하는 원민 보다는

양반에 반대할 수 있고 변화를 시키는 호민이 되어야 한다고 했으니,

허봉과 초희, 허균의 집안은 조선시대의 사고를 초월한 민주적인 집안이었다.

 

허난설헌과 같은 강릉 출신이지만 사임당은 예인으로 자녀교육 등으로
사대부 집안의 현모양처로 추앙받고 있지만
난설헌은 조선을 벗어나 천재 여류시인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사랑받았다.
난설헌의 시는 장부 같은 힘이 있다.
허난설헌은 천재 시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 양반 중심사회에서

여권의식, 평등의식을 지녔던 시대의 선각자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단순히 문인으로만 접근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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