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랑방

축시

언어의 조각사 2022. 10. 11. 08:15

축시// 김영미

친구여 기억하는가
우리가 걷던 호숫가와
그곳에서 수선화처럼 피어나던 이야기들
그럴 때 마다 친구에게 읊어주고 싶던
푸쉬킨의 시를 떠올리다가
그것보다 더 환한 친구의 웃음에 낯설어 지던 나,
친구여 기억하는가
우리가 선택한 그 걸음들 속에서
몇 줌의 대화만 갖고도 인생은 산책이 되고
아름드리나무에서 찾아낸 바이올린 하나가 되기도 하는
그 놀라운 시간들을...
그리하여 친구여 기억하는가
미래는 또다른 종류의 과거임에
우리가 걸어가는 저쪽에 더 많은 추억이 있을 것임을,
그곳에 백년의 사랑이 있었다니
그곳에 사철 마르지 않을  장미의 날들이 있었다니

친구여 기억해 주시라
우리가 늙고 더는 추억밖에 없는 날
그날에도 그 사랑 
지상 최고의 산책이 되기를

최정임♡정진화
두분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2022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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