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2 비 오는 날에.2 -그리움 비가 되어- 김영미 빗방울 속 그대는 토란잎에 도르르 황톳길에 조르륵 투명한 발자국을 찍고 갑니다 도랑에 꽂히는 빗줄기는 미처 눈뜨지 못한 사유의 고리를 만들고 황톳길엔 뿌리 내리지 못한 체념의 알이 회색하늘 향해 헛발질합니다 습관처럼 들춰봐도 맞잡..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7.20
불빛 불빛 김영미 별빛 깨물던 개구리 소리 뚝- 멈춘 논두렁길엔 교복치맛자락만 스치우고 샛별 보며 나선 길 달빛 밟으며 돌아가던 오두막은 어머니 기도가 길라잡이 빛으로 반짝입니다 내 탯줄 묻힌 그 집터엔 산 그림자 고즈넉이 풀벌래만 지즐대고 논바닥 참방대던 별들의 발자국은 바랜.. 시작노트 2006.05.18
지나고 나면 지나고 나면 김영미 장미잎사귀 갉고 있는 회색 애벌레 떼어낼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며칠 후 꽃 대궁만 남은 장미나무는 벌거벗은 채 진초록벌레를 업고 있었다 시詩의 정원 가꾸는 일은 알아갈수록 가시밭길 포기할까 하다가 가시를 캐서 조각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가시 돋던 마음은.. 시작노트 2006.05.15
두더지 두더지 김영미 뚫을 수 없는 어둠인줄 알면서 땅속으로 길을 낸다네 보고 싶지 않은 것 너무 많아서 눈 감고서 살아간다네 밑바닥으로 내려앉아 살고 있지만 온 대지가 내 지붕인걸 그대들은 밤과 낮으로 쪼개어 사는 하루, 난 통째로 살고 있다네. 06.05.15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5.15
시험 보는 날 시험 보는 날 김영미 까맣게 얽힌 타래가 하얀 종이위로 쏟아져 섞인다. 무겁던 정적 깨는 바람 타는 종이와 기침소리, 삐걱대는 의자가 신경을 쪼아댄다. 비어가는 모래시계를 향해 심장을 조이는 말발굽소리 풀리지 않는 숫자 하나가 가슴에 황사를 몰고 온다 갑자기 머릿속이 멍멍해..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5.04
그땐 몰랐네 그땐 몰랐네 김 영 미 빠른 물살로 내달릴 땐 몰랐네 바람의 현을 켜는 나뭇잎 따라 들풀이 아름답게 노래하는 줄 바위에 부딪히며 앞만 보며 갈 땐 하늘이 건네는 수많은 이야기, 물풀의 흐느낌을 알지 못 했네 작은 웅덩이에서 물고기지느러미에 흩어지는 햇살그물의 허상을 보네 바람.. 시작노트 2006.05.02
4.19,그날의 노래 4.19, 그날의 노래 김영미 전선줄에 앉은 참새 떼 쪽빛 거울에 매무새하고 오선지에 앉은 음표가 된다 저들은 소리 내어 부르고 난, 가슴으로 읊조린다 펜을 던진 뜨거운 가슴에 붉게 피던 그날의 노래... 별똥별 떨어진 어둡던 들녘엔 나무마다 조등 밝히고 오선지와 조팝꽃을 오르내리는 .. 시작노트 2006.04.27
꿈길 젖던 날 꿈길 젖던 날 김영미 종이함에 갇힌 해묵은 감자가 *볕뉘를 따라가며 길을 뚫는다 벼랑끝에 솟구치는 생을 향한 자줏빛 반란 어둠을 살라먹고 모반을 꿈꾸는 수선한 기척에 지난밤 꿈길이 젖어 있구나 내 어머니 쭈글한 뱃가죽은 자투리 삶마저 놓으려 하는데 넌 어둠에 잠겨서도 하늘빛 ..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4.11
진달래 진달래 김영미 솟대마다 맺힌 불룩한 그리움 풀어 산란하듯 피워낸 분홍빛 편지 한지에 물감 스미듯 오롯이 그대 모습 머금은 까무룩한 통정 쏟아지는 볕 큐피드 화살에 온몸 사르다 흩어진 보랏빛 멍울 그대 떠난 자리에 안부처럼 퍼지는 초록빛 답장 2006.04.03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4.11
옥수수대 옥수수대 김영미 시퍼런 잎사귀 번뜩이며 염천 혓바닥도 자를 듯 하더니 결 곱던 금빛머리 까맣게 태웠네 메말라 팍팍한 밭두렁에 서 가뭄 든 혀끝 수액마저 알알이 내주었네 알곡 떠난 사랑의 흔적 밀잠자리 혼자서 맴돌다 졸고 삼베옷자락 서걱대는 시린 등엔 갈무리 못한 쭉정이를 업.. 시작노트 200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