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옥수수대

언어의 조각사 2006. 3. 29. 18:29
 

 옥수수대

                       김영미


시퍼런 잎사귀 번뜩이며

염천 혓바닥도 자를 듯 하더니

결 곱던 금빛머리 까맣게 태웠네


메말라 팍팍한 밭두렁에 서

가뭄 든 혀끝 수액마저

알알이 내주었네


알곡 떠난 사랑의 흔적

밀잠자리 혼자서 맴돌다 졸고

삼베옷자락 서걱대는 시린 등엔

갈무리 못한 쭉정이를 업고 있네


불혹을 넘긴 자식 품에서 놓지 못한

바람 숭숭 든 울 엄마 가슴 같이



2004. 0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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