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는 날
김영미
까맣게 얽힌 타래가
하얀 종이위로 쏟아져 섞인다.
무겁던 정적 깨는
바람 타는 종이와 기침소리,
삐걱대는 의자가 신경을 쪼아댄다.
비어가는 모래시계를 향해
심장을 조이는 말발굽소리
풀리지 않는 숫자 하나가
가슴에 황사를 몰고 온다
갑자기 머릿속이 멍멍해지고
기관차가 심장을 파고들 때
벨소리와 함께 쏟아져 내리는
허무의 별 조각들
동그라미 하나에
희비喜悲의 파고를 타는 아우성
후끈한 바람이 머릿속을 훑으며
올무에 걸린 숫자가 옥죄어온다
시간은 채찍처럼 날아오는데
빗금에 걸린 숫자는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이 중.
06.05.03(광주고 시험감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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