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지나고 나면
김영미
장미잎사귀 갉고 있는
회색 애벌레
떼어낼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며칠 후
꽃 대궁만 남은
장미나무는
벌거벗은 채
진초록벌레를 업고 있었다
시詩의 정원 가꾸는 일은
알아갈수록 가시밭길
포기할까 하다가
가시를 캐서 조각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가시 돋던 마음은
꽃으로 피어나
뭇사람들이
시인詩人이라 불러준다.
0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