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지나고 나면

언어의 조각사 2006. 5. 15. 16:56
 

지나고 나면

                       김영미

 

 

 

 

장미잎사귀 갉고 있는

회색 애벌레

떼어낼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며칠 후

 

꽃 대궁만 남은

장미나무는

벌거벗은 채

진초록벌레를 업고 있었다

 

시詩의 정원 가꾸는 일은

알아갈수록 가시밭길

포기할까 하다가

가시를 캐서 조각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가시 돋던 마음은

꽃으로 피어나

뭇사람들이

시인詩人이라 불러준다.

 

0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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