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빈집

언어의 조각사 2006. 8. 4. 18:44

 

 

빈 집

                     心田김 영 미

 

허물어진 돌담위로 산빛이 녹아든다

 

누렇게 바랜 독촉장이

폐허의 그림자를 지키는 방에는

거미집에 갇힌 씨앗망태가

흙벽에 누워 낮잠을 잔다

 

저 혼자 피고 지는 앵두나무

꽃 결 훔치는 바람

흩어지는 꽃잎 씨방을 스치는, 

흔들리는 것은 바람 때문만이 아니다

 

마당 가득한 풀 더미마다

뛰노는 샛노란 웃음소리

문지방 넘으며 두고 간 그리움이

씨알로 영그는

씀배꽃빛 햇살은 누리에 퍼진다

 

아이 눈망울처럼 반짝이며

꿈 가득이 주머니를 채웠을

먼지 낀 유리구슬엔 햇살이 노닌다

 

툇마루 아래 웅크린 작은 운동화 한 켤레

졸음 가득한 얼굴로 기다림의 끈을 꼬옥 잡고 있다

 

2006.07.28

 

사진 - 흙돌 심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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