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心田김 영 미
허물어진 돌담위로 산빛이 녹아든다
누렇게 바랜 독촉장이
폐허의 그림자를 지키는 방에는
거미집에 갇힌 씨앗망태가
흙벽에 누워 낮잠을 잔다
저 혼자 피고 지는 앵두나무
꽃 결 훔치는 바람
흩어지는 꽃잎 씨방을 스치는,
흔들리는 것은 바람 때문만이 아니다
마당 가득한 풀 더미마다
뛰노는 샛노란 웃음소리
문지방 넘으며 두고 간 그리움이
씨알로 영그는
씀배꽃빛 햇살은 누리에 퍼진다
아이 눈망울처럼 반짝이며
꿈 가득이 주머니를 채웠을
먼지 낀 유리구슬엔 햇살이 노닌다
툇마루 아래 웅크린 작은 운동화 한 켤레
졸음 가득한 얼굴로 기다림의 끈을 꼬옥 잡고 있다
2006.07.28
사진 - 흙돌 심재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