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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 김영미 좁은 창으로 빛이 기어들어온다 구들장에서 전해지는 냉기보다 시린 가슴을 저미는 청구서의 무게 하루 노동을 보장받은 오늘 새벽공기는 빈속에 털어 넣는 소주처럼 짜릿하다 공구 먼지를 닦으며 가슴속 거미줄도 걷어낸다 노동자 등줄기에 솟는 땀방울은 겨울 가슴이 뿜어내는 긴 호흡이다 노동현장의 거친 소리는 생기 돋우는 진솔함으로 상스런 음절에서도 사람냄새가 난다 아담의 짐에 눌려 갈라진 발꿈치처럼 결코 싫지 않은 먼지를 털고 마른기침 삼키며 돌아 선다 후미진 골목, 길과 맞닿은 창문불빛이 따듯하다 언 가슴 깊은 곳에선 빛알갱이 터지며 날개 돋는 소리. 200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