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교차로

언어의 조각사 2006. 3. 24. 11:06

  교 차 로

                                  김 영 미



신호등 옆

시멘트바닥에

벌거벗긴 내 영혼도 엎드려 있다


가벼운 지폐 한 장에 굽실거린 걸인보다

남루해진 마음엔 날선 삭풍이 스쳐간다


섧던 민망도

누렇게 바랜 그녀 마음을

더운 피 도는 가슴 열어 어우르지 못한,

주머니 속에서 저울질 당하던 280g 심장


제어미등이 천국인양 해맑던 아기 웃음으로 슬픈 오후


금빛 하프 켜던 햇살이 속눈썹 내려 감으려던 순간

하늘을 발길질 하는 아기의 맨발


머리를 조아리던 등에 걸린

천진한 웃음이

폐허된 뇌리에서 쉼 없는 필름을 돌린다


구겨진 영혼을 다듬이질하듯

귀가 먹먹하도록

심장은 무겁게 뛰고 있다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사이로 바삐 움직이는 발아래

미동도 없이 엎드린 그녀 옆에선 신호등이 깜박이고

내 심장은

아직도 뛰고



200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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