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詩 魂

언어의 조각사 2006. 3. 24. 13:06

詩 魂

                                               김영미

 

내안에 옹이박힌 너는

좀먹는 기억의 가시밭에 있었다

마른 풀끝에 맺힌 얼음꽃처럼

만지면 사라질까 언저리만 에돌다

숯검뎅이 가슴에 씨알로 묻은 너

그리워할수록 허기지는 가슴에

메아리로 번져오는

 

너는

담쟁이넝쿨 뻗듯

메마른 가슴에 음계를 켜고

나는

널 긷기 위해 목 늘어진 두레박

 

기억의 가시밭을 숨 고르며

생의 늪에서도 꽃 피우는

영을 아우르는 혼의 노래

20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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