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3-어머니와 나- 나 무 3 김영미 심장이 간지럽다 심연속에 묻어둔 해묵은 죄가 발아되어 꼬물락 대고 있다 자궁 밖으로 뿌리 내려 어미의 심장을 파먹고 움틔운 욕망의 나무는 무성한 가지위에 열매를 달고서야 뿌리 속에 잠든 제 껍데기가 그립다 어미의 가슴에 걸린 카네이션 한 송이가 팔랑이고 있다...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3.29
낚시 낚 시 김영미 하냥 웅크리던 얼음박이 마음에 팽팽한 정오 햇살을 미끼로 던진다 칩거蟄居의 커튼치고 빈 화로에 남은 온기를 붙들던 조각 난 게름뱅이 하루를 궁글린다 언 하늘 지치다 햇발을 가르며 손짓하는 아이의 빨간코가 눈부시다 미늘이 신들린 듯 춤추는 한낮 아이 웃음소리가 ..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3.29
장독대 풍경 장독대 풍경 / 김영미 나 죽기전에 장맛을 잇거라 며느리는 메주꽃, 곰팡이를 털어내며 다소곳이 박꽃웃음 짓습니다 바닷물 졸여 하얗게 피운 꽃 약수에 몸을 풀어 하늘을 낳고 메주덩이는 천지신명에게 무명버선 내어주고 숯검뎅이 눈썹, 빨간고추 연지찍고 새끼줄로 팡팡한 허리를 묶고서 솟구치는 젊음을 곰삭이고 있습니다 하늘이 빠져있는 항아리 안에는 햇살이 잠방잠방 뛰어 놉니다 바람도 남실남실 콧노래를 부릅니다 짭조롬이 익어가는 장맛 대물림 2005.1.18 김성로 [어머니 장독대] 45*45cm, 한지위에 수묵.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3.29
목 련.3 목 련.3 김영미 숫처녀 속적삼이 저리 눈부셨을까 하얀 속살 훔쳐보던 꽃샘바람 아찔한 아지랑이 속으로 숨더니 꽃그늘아래 저 질펀한 용두질의 흔적들 햇살을 얼레질하던 구름도 달큰한 꽃무리에 취해 제 그림자를 나뭇가지에 걸어둔다 2005.03.18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3.29
노숙의 밤 노숙의 밤 김 영 미 애견호텔 불빛이 노숙자 굽은 등에 어룽이는 밤 인력시장 서성이던 빈 주머니엔 싸늘한 바람만 수런거리고 가슴에 품은 가족사진 한 장이 빈 소주병 속에 움츠리고 있다 너덜너덜 헤진 삶, 바람벽에 곤두박질하는 지난날의 영화여 부르터진 발걸음 속 흔들리는 맘, 네..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03.29
해우소 해우소 김 영 미 호롱불 들고 선 엄마 가슴너머 해우소 천장엔 조각별이 박혔다 한 낮을 뒹굴던 빈 그릇으로 허기진 조각별 쏟아져 내려도 어린 가슴에 초록별 자라나는 어머니 속적삼 소금꽃에 바랜 세월 오늘도 가을 들녘은 자신을 비우며 곡간을 채우듯 나를 비워가는 마음 속, 초록별.. 시작노트 2006.03.29
코리아 油井 코리아 油井 /김영미 성난 빗방울이 자동차 귀를 후린다 더운 입김 뿜어대던 아스팔트가 고래등짝처럼 출렁거린다 주린 배로 오일-달러 삼키는 빈 자궁의 코리아 유정 언 가슴에 꽂힌 헐렁한 지갑이 주유계수기만 째려보고 있다 구멍 난 주머니만 꿰맬 일이 아니다 빗방울이 차창에 온 .. 시작노트 2006.03.29
비오는 날에 비 오는 날에 김영미 저 빗소리 엮어 그대에게 보낼까나 *쑥대머리 한 자락이 중중모리로 잦아드는 밤 한 맘 모두어 보내 볼까나 뼛속 저려오는 공허의 울림을 녹슨 추억, 가뭄 든 가슴에 자분자분 스며드는 보슬비 되어 저 빗소리 사랑가로 엮어 명치끝 아려오는 그대에게 보낸다. -05.08.0.. 시작노트 2006.03.29
종소리 종 소 리 김영미 밤 그림자가 뒷덜미를 당기는 독거노인 귓전에 종이 울린다 등 굽은 할머니를 끌고 가듯 허기진 손수레가 절뚝거린다 횟배앓이 하던 밤을 게워낸 빈병에 반가운 맘 채워 부푼 수레를 다독여 걸터앉은 마른 빵, 물 한 모금의 성찬 새벽 공기가 빈병을 울리고 노인은 곱사.. 시작노트 2006.03.29
짝사랑 짝사랑 김영미 낙과 깨지는 진통 뒤엔 새 생의 초록별 뜨고 헛물켜던 시의 바다 멍든 하늘은 찌르면 쏟아질 듯 설렘으로 찰랑댄다 계절의 바퀴는 한없이 구르며 괭이걸음으로 오가는데 설익은 시어는 깨지고 피멍든 채 호접지몽胡蝶之夢 펼치며 가슴속 부싯돌만 퉁기고 있다 2005. 10.13 시작노트 200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