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노 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노 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에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진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그룹명/이쁜 영상시 2006.11.16
[스크랩] 마른 장작 / 김 용 택 마른 장작/김 용택 비 올랑가 비 오고 나먼 단풍은 더 고울 턴디 산은 내 맘같이 바작바작 달아오를 턴디 큰일났네 재 맘 같아서는 시방 차라리 얼릉 잎 다 져부렀으먼 꼭 좋겄는디 그래야 네 맘도 내 맘도 진정될 턴디 시방 저 단풍 보고는 가만히는 못 있겄는디 아, 이 맘이 시방 내 맘이 아니여! 시방 .. 그룹명/이쁜 영상시 2006.11.16
[스크랩]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6.11.16
은행잎 은행잎 김영미 빗길이 샛노랗다 한없던 햇살애무에 달뜬 몸 어찌 못해 길 위에 누운 밤새 빗방울 난타공연에 몸살 난 연애흔적 까무룩 그리움 깨물고 벼랑 끝에 선 가을 발꿈치가 샛노랗다 2006.11.15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11.15
솟대 솟대 김영미 장승머리에 새 한 마리 앉아있다 수의가 입혀지던 어머니 처진 팔이 삭정이 같다고 생각하며 난 왜 솟대를 떠올렸을까 철새처럼 명절에만 찾아들다 길 떠나는 자식들 바라보며 장승처럼 서있던 어머니 등 뒤엔 나무기러기가 날고 있었다 고즈넉한 뜰 홀로 거닐며 자동차소..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11.10
빨래를 하며 빨래를 하며 김영미 세상더러움 감싸주는 꺼풀 되어 밟히고 채이고 뒤틀리어 뼈 속까지 스며든 먹물을 토해 번뇌를 헹구고 집착도 해감한다 부귀를 동냥하던 몸을 벗어나 비우기 위해 흘리는 눈물처럼 나를 버려야만 온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의 가벼움이여 비워야만 채워지는 해탈.. 시작노트 2006.11.09
내일은 내일은 김 영 미 어둠이 수묵화 그리던 이방인 거리에 뿌리내리지 못한 열망의 잔해가 달빛 한입 베어 물고 시린 가슴 뜨겁게 토악질한다. 대추나무에 걸린 깨진 달이 금단의 능금밭을 훔치며 혼돈의 우듬지를 비추니 토막 난 사념이 별똥별로 진다 불혹의 가시밭에 맨발로 서서 잃어버.. 시작노트 2006.11.09
조개 조 개 김영미 부화되지 못한 열망의 타래를 촉수 끝에 풀어 놓고 내보이면 상처 될까 물거품 될까 목쉰 파도소리에도 귀를 닫고서 두꺼운 껍질 속에 숨어 차마 벌리지 못하는 사랑한단 말 한 마디 2004.05.14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11.09
제 자리에서 제 자리에서 김영미 산이 제 그림자 안고 어둠 속으로 잠길 때 꽃진 자리에서 별이 떠오른다 놀을 길어 내리는 산등성 아래로 둥지 찾는 기러기 무리지어 날아들고 산자락에 터 잡은 아부지 산소에선 눈물 빛 밤안개가 별을 따고 있다 달빛 기운 자리에도 꽃은 피어나 기러기 깃 터는 소.. 시작노트 2006.11.09
홍시 홍시 김영미 태양 열꽃에 푸른 피 당금질해 떫은 티 곰삭혀 단내를 품기까지 꽃잎 버리고 잎새도 버리고 나를 비운 까치밥으로 된서리발에도 가슴을 연다 04.07.23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200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