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제 자리에서

언어의 조각사 2006. 11. 9. 17:07
 

 제 자리에서

                                   김영미

 

산이 제 그림자 안고

어둠 속으로 잠길 때

꽃진 자리에서 별이 떠오른다

놀을 길어 내리는 산등성 아래로

둥지 찾는 기러기 무리지어 날아들고 

산자락에 터 잡은 아부지 산소에선

눈물 빛 밤안개가 별을 따고 있다

달빛 기운 자리에도 꽃은 피어나

 기러기 깃 터는 소리에 묻히던

어제의 울음은 꽃으로 피어

씨방 여무는 소리에 꽃잎 잠든다

몸 트는 새벽이 길을 놓으며

제 자리에서 눈망울을 씻고 있다

 

0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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