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제 자리에서
김영미
산이 제 그림자 안고
어둠 속으로 잠길 때
꽃진 자리에서 별이 떠오른다
놀을 길어 내리는 산등성 아래로
둥지 찾는 기러기 무리지어 날아들고
산자락에 터 잡은 아부지 산소에선
눈물 빛 밤안개가 별을 따고 있다
달빛 기운 자리에도 꽃은 피어나
기러기 깃 터는 소리에 묻히던
어제의 울음은 꽃으로 피어
씨방 여무는 소리에 꽃잎 잠든다
몸 트는 새벽이 길을 놓으며
제 자리에서 눈망울을 씻고 있다
0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