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하며
김영미
세상더러움 감싸주는 꺼풀 되어
밟히고 채이고 뒤틀리어
뼈 속까지 스며든 먹물을 토해
번뇌를 헹구고 집착도 해감한다
부귀를 동냥하던 몸을 벗어나
비우기 위해 흘리는 눈물처럼
나를 버려야만 온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의 가벼움이여
비워야만 채워지는
해탈의 모래시계가
개똥밭에서 순례를 떠난다
미망(迷妄)의 욕심 말갛게 헹구어
눈물이 날아간 하늘을 마주보며
햇빛 들춰 업고 바라춤을 춘다
깃털보다 가벼이 춤추고 있다
0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