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빨래를 하며

언어의 조각사 2006. 11. 9. 17:20

빨래를 하며

                                             김영미

 

 

 

세상더러움 감싸주는 꺼풀 되어

밟히고 채이고 뒤틀리어

뼈 속까지 스며든 먹물을 토해

번뇌를 헹구고 집착도 해감한다

 

부귀를 동냥하던 몸을 벗어나

비우기 위해 흘리는 눈물처럼

나를 버려야만 온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의 가벼움이여

 

비워야만 채워지는

해탈의 모래시계가

개똥밭에서 순례를 떠난다

 

미망(迷妄)의 욕심 말갛게 헹구어

눈물이 날아간 하늘을 마주보며

햇빛 들춰 업고 바라춤을 춘다

 

깃털보다 가벼이 춤추고 있다

 

0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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