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조 개
김영미
부화되지 못한 열망의 타래를
촉수 끝에 풀어 놓고
내보이면 상처 될까
물거품 될까
목쉰 파도소리에도
귀를 닫고서
두꺼운 껍질 속에 숨어
차마 벌리지 못하는
사랑한단 말 한 마디
200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