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소지를 태우며

언어의 조각사 2006. 11. 6. 17:34
 

소지를 태우며

                         김영미

 

섬돌가 주인 잃은 고무신엔

*병술년 칠월 열아흐렛날

젖은 달빛이 구슬피 고였습니다

 

소지 한 장에

이승의 한을 태울 수 있다면

상여에 뿌려지던 눈물로

시린 상처를 씻어낼 수 있다면

 

조화바구니 맴도는 나비나래가

어머니 신발처럼 하얗게 빛납니다

꽃잎하나가 고개를 떨굽니다

 

불효의 덫

멍울을 사르며 소지 한 장 태웁니다

나비 나래깃이 가뿐해 보입니다.

 

06.11.02

*병술년 칠월 열아흐렛날- 2006년 09월 11일(음.7월 19일)

시모님 운명하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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