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면 지나고 나면 김영미 장미잎사귀 갉고 있는 회색 애벌레 떼어낼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며칠 후 꽃 대궁만 남은 장미나무는 벌거벗은 채 진초록벌레를 업고 있었다 시詩의 정원 가꾸는 일은 알아갈수록 가시밭길 포기할까 하다가 가시를 캐서 조각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가시 돋던 마음은.. 시작노트 2006.05.15
그땐 몰랐네 그땐 몰랐네 김 영 미 빠른 물살로 내달릴 땐 몰랐네 바람의 현을 켜는 나뭇잎 따라 들풀이 아름답게 노래하는 줄 바위에 부딪히며 앞만 보며 갈 땐 하늘이 건네는 수많은 이야기, 물풀의 흐느낌을 알지 못 했네 작은 웅덩이에서 물고기지느러미에 흩어지는 햇살그물의 허상을 보네 바람.. 시작노트 2006.05.02
4.19,그날의 노래 4.19, 그날의 노래 김영미 전선줄에 앉은 참새 떼 쪽빛 거울에 매무새하고 오선지에 앉은 음표가 된다 저들은 소리 내어 부르고 난, 가슴으로 읊조린다 펜을 던진 뜨거운 가슴에 붉게 피던 그날의 노래... 별똥별 떨어진 어둡던 들녘엔 나무마다 조등 밝히고 오선지와 조팝꽃을 오르내리는 .. 시작노트 2006.04.27
옥수수대 옥수수대 김영미 시퍼런 잎사귀 번뜩이며 염천 혓바닥도 자를 듯 하더니 결 곱던 금빛머리 까맣게 태웠네 메말라 팍팍한 밭두렁에 서 가뭄 든 혀끝 수액마저 알알이 내주었네 알곡 떠난 사랑의 흔적 밀잠자리 혼자서 맴돌다 졸고 삼베옷자락 서걱대는 시린 등엔 갈무리 못한 쭉정이를 업.. 시작노트 2006.03.29
해우소 해우소 김 영 미 호롱불 들고 선 엄마 가슴너머 해우소 천장엔 조각별이 박혔다 한 낮을 뒹굴던 빈 그릇으로 허기진 조각별 쏟아져 내려도 어린 가슴에 초록별 자라나는 어머니 속적삼 소금꽃에 바랜 세월 오늘도 가을 들녘은 자신을 비우며 곡간을 채우듯 나를 비워가는 마음 속, 초록별.. 시작노트 2006.03.29
코리아 油井 코리아 油井 /김영미 성난 빗방울이 자동차 귀를 후린다 더운 입김 뿜어대던 아스팔트가 고래등짝처럼 출렁거린다 주린 배로 오일-달러 삼키는 빈 자궁의 코리아 유정 언 가슴에 꽂힌 헐렁한 지갑이 주유계수기만 째려보고 있다 구멍 난 주머니만 꿰맬 일이 아니다 빗방울이 차창에 온 .. 시작노트 2006.03.29
비오는 날에 비 오는 날에 김영미 저 빗소리 엮어 그대에게 보낼까나 *쑥대머리 한 자락이 중중모리로 잦아드는 밤 한 맘 모두어 보내 볼까나 뼛속 저려오는 공허의 울림을 녹슨 추억, 가뭄 든 가슴에 자분자분 스며드는 보슬비 되어 저 빗소리 사랑가로 엮어 명치끝 아려오는 그대에게 보낸다. -05.08.0.. 시작노트 2006.03.29
종소리 종 소 리 김영미 밤 그림자가 뒷덜미를 당기는 독거노인 귓전에 종이 울린다 등 굽은 할머니를 끌고 가듯 허기진 손수레가 절뚝거린다 횟배앓이 하던 밤을 게워낸 빈병에 반가운 맘 채워 부푼 수레를 다독여 걸터앉은 마른 빵, 물 한 모금의 성찬 새벽 공기가 빈병을 울리고 노인은 곱사.. 시작노트 2006.03.29
짝사랑 짝사랑 김영미 낙과 깨지는 진통 뒤엔 새 생의 초록별 뜨고 헛물켜던 시의 바다 멍든 하늘은 찌르면 쏟아질 듯 설렘으로 찰랑댄다 계절의 바퀴는 한없이 구르며 괭이걸음으로 오가는데 설익은 시어는 깨지고 피멍든 채 호접지몽胡蝶之夢 펼치며 가슴속 부싯돌만 퉁기고 있다 2005. 10.13 시작노트 2006.03.29
불면.4 불면 4 김영미 꽃향기에 취한 달 만삭의 봄 앞세우고 문지방 넘어와 슬며시 누웠다 내 침상엔 별들이 잠들고 싱숭생숭 조각난 밤은 달빛으로 출렁인다 빈 가슴 그대모습으로 차오르는 날 목련은 꽃등 켜고 슬프리만치 하얗게 밤을 밝힌다. 2006.03.16 시작노트 200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