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처럼 감꽃처럼 김영미 음습한 지하 셋방 오스스 떨던 가을이 귀뚜라미 날개깃에 곁들어 졸고 있는 사이 계절여울에 떫은 티 헹구고 마른가지 우둠지 햇귀 닮은 홍시가 막새바람에 써늘히 식어간다 햇빛 그물침대, 꽃자리 내어주고 잎새 뒤로 숨던 감꽃의 미소는 홍시로 열반한 까치밥의 여유 .. 시작노트 2007.02.27
꽃물 2 꽃물 2 -김영미- 숫눈을 밟으며 손톱 끝에 매달린 봉숭아 꽃물을 가슴에 품어본다 그믐달 닮은 내 사 랑 04.07.19(퇴근버스 안에서) 煐美 印 시작노트 2007.02.27
[스크랩] 빨래를 하며 빨래를 하며 -김영미- 개똥밭 인생 감싸주던 꺼풀 되어 밟히고 채이며 뒤틀리어 뼈 속까지 스며든 먹물을 토해 번뇌를 헹구고 집착도 해감한다 부귀를 동냥하던 몸을 벗어나 비우기 위해 흘리는 눈물처럼 나를 버려야만 온전할 수 있는 존재의 자유로운 가벼움이여 비워야만 채울 수 있는 해탈의 모래.. 시작노트 2007.02.27
[스크랩] 시가 써지질 않을 때 시가 써지질 않을 때 / 김 영 미 별빛이 녹아 눈물로 젖는 밤 넌 내게로 와 별이 되었다 빛을 잃어 가는 시린 몸짓으로 너는 새벽 별 나는 낮달 되어 허공으로 달아난 연을 보면서 느슨해진 줄과 얼레를 잡고... 눈물은 별빛 되어 연에 실어 보내고 널 낳으려 별을 안고 몸 푸는 소리 2003.03.18 시작노트 2007.02.27
[스크랩] 나무 3 나 무 3 -김영미- 심장이 간지럽다 심연 속으로 묻어둔 잊혀진 숙제가 발아되어 꼬물락대고 있다 자궁 밖으로 뿌리를 내리고 어미의 심장을 파먹으며 움 틔운 욕망의 나무는 무성한 가지위에 열매를 달고서야 심연 속에 잠긴 제 껍데기가 그립다 어미의 심장에 달린 카네이션 한 송이가 팔랑이고 있다... 시작노트 2007.02.27
[스크랩] 참새와 잠꾸러기 ♡참새와 잠꾸러기♡ 글 : 김 영 미 정월대보름에 귀밝이술을 마신 참새 떼 새벽 기지개 소리에 둥지 털고 일어나 내 늦은 잠을 쪼아대고 있다 밤새 불면의 거리를 서성이다 새벽녘 혼곤한 늪에 빠져드는데 혼돈에서 들려오는 참새 울음소리는 어느 영혼의 부르심이기에 저리도 세상을 뒤흔들고 있을.. 시작노트 2007.02.27
[스크랩] 장독대 풍경 장독대 풍경 -김 영미- 나 죽기 전에 장맛을 잇거라 며느리는 메주꽃, 푸른곰팡이를 털며 다소곳이 박꽃웃음 짓습니다 바닷물 졸여서 하얗게 꽃피운 소금이 약수에 몸을 풀어 하늘을 낳고 메주덩이는 천지신명에게 무명버선 내어주고 숫검뎅이눈썹, 빨간 고추 연지 찍고 새끼줄로 팡팡한 허리를 묶고.. 시작노트 2007.02.27
[스크랩] 소쩍새 소리 ♧ 소쩍새 소리 ♧ - 김영미- 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눠야하는 힘없는 민초의 서러운 갈등을 남녘에서 기다리는 고운 각시 사랑으로 인민군 신랑은 삭히고 삭혔는데 포성에 묻힌 총상의 신음소리는 두고 온 가족, 고향하늘 베고서 그리운 한으로 잦아들고... 이름 없는 돌무덤에 뿌리 .. 시작노트 2007.02.23
[스크랩] 해를 깔고 앉아서 .*.해를 깔고 앉아서.*. 해를 삼킨 밤 하늘은 목젖을 드러내고 호방하게 웃어 제키다가 사리 같은 별들을 쏟아내고 있다 먼 길떠난 님 그리는 눈물 달 그늘에 감추어 미리내 길 따라 흘려 보내고.... 햇발에 이우는 달은 안방을 내어주고 뒤란에 앉아 하얗게 사위는 듯 하더니 노을 빛에 취해서 잠자는 해.. 시작노트 2007.02.22
계곡에서 계곡에서 김영미 계곡의 새 소리와 어우러지다 흘러흘러 바윗돌에 부숴지는 하얀 분신들 연연이 이어지는 조각 진 몸둥어리는 다시금 조잘대며 내 달린다. 사랑도 미움도 순간적인 것이거늘 한낱 계곡의 물소리도 저다지 정겨운데 우리네 사람들은 ... 1984.10 시작노트 2007.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