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草雨 초우草雨 / 한기홍 저민 가슴 휘돌아 안개비가 젖어듭니다 이 사랑도 저 사랑도 풀잎 되어 울컥 이는데, 백리 밖 그 집 뜨락 섬돌 빛에도 노오란 비창悲愴이 번져요 그리운 모든 것들은 늘 갈망어린 침을 흘립니다 풀잎들은 언제나 만만해서 나 또한 억세게 부여잡고 몸 던져 구르기도 했지만, 아 아 으..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7.04.27
까치밥 까치밥 시인 박성숙 집 나간 자식 그리운 어미 감나무 앞을 지날 때마다 뱉어낸 이름이 가지에 올라가 영근다 속으로만 단단히 동여맨 하늘도 짐작키 어려운 속내 자식 불러들이듯 하나 둘 휑한 가슴 한 켠에 켜켜이 쌓는다 동구 밖까지 길게 뻗은 가지 발갛게 짓무른 눈 가지 끝에 ��린 몇 덩이 차..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7.03.30
카페 칼리에서 / 고명수 삶이 조금씩 무료해지기 시작하는 오월에는 그대여, 카페 「칼리」로 가 보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세월리 안쪽에 숨어 있는 항해선 모양의 카페 「칼리」에 가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때로 가슴계곡을 후비지만 물살은 그대의 가슴을 눙치고 흘러간다는 것을 불심 지극한 금..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7.03.13
미래를 파는 노점 / 유안진 불시착한 정류장에서 우연히 듣는 <겨울 나그네>는 중후반으로 이어지는데 미리 와서 추위에 떠는 미래들을 본다 이름표를 목에 건 매화 앵두 살구 복숭 목련 진달래의 묘목들은 입양을 기다리는 전쟁고아들같이 맨발에 맨종아리 홀옷 넝마 걸친 채로 겁먹은 듯 떨고들 섰다 바구니에 담겨 서툴..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7.03.13
고독의 깊이 / 기형도 孤獨의 깊이 - 기형도 한차례 장마가 지났다. 푹푹 파인 가슴을 내리쓸며 구름 자욱한 江을 걷는다. 바람은 내 외로움만큼의 重量으로 肺腑 깊숙한 끝을 부딪는다 傷處가 푸르게 부었을 때 바라보는 江은 더욱 깊어지는 法 그 깊은 江을 따라 내 食事를 가만히 띄운다. 그 아픔은 잠길 듯 잠길 듯 한 장 ..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7.02.12
[스크랩] 막차를 탄 적 있었다 달빛 대문 삐걱거리는 해방촌 산동네 열고 들어가 관 같은 방에 얼어버린 몸 눕히겠다며 막차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28-1번 버스는 오지 않고 바람 찬 늦가을 어둠 같은 내게 잠깐 정차하지도 않은 채 낙엽은 다음 역으로 달려가버렸다 자정이 지나도 소식 없는 막차는 문득 아버지를 닮았다 한 잔 술 걸..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6.11.16
[스크랩]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6.11.16
[스크랩] 안개 도시 안개 도시 詩/한인순(초록바람) 아침 강에 깔린 물안개는 내 고달픈 영혼이 안식하고 나온 도시 저편에도 자욱하니 깔려있더라 이편에서 보니 저편에 안개 자욱하고 저편에서 보니 이편에 안개 자욱하더라 내 있는 곳 가까우면 밝히 보이고 내 있는 곳 멀어지면 보이는 것은 오직 자욱하니 안개뿐이더..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6.09.25
김일영 / 벙어리별 사진-삶의언저리님 블로그 나뭇가지 움트는 소리에 잠이 깨기도합니까. 누군가 웃고간듯,공기가 간지럽습니다. 밤새 흔들리던 꿈의 흔적을 털어보지만, 기다림까지 털릴까 조심스럽습니다. 생각이 팔려 돌아 올수없던 날들 그 계절에도 봄이오나요. 낙엽없이 가을이 졌고, 기다리지 않.. 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200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