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까치밥

언어의 조각사 2007. 3. 30. 08:53
 

까치밥 

                    시인 박성숙 

 

집 나간 자식 그리운 어미

감나무 앞을 지날 때마다 뱉어낸

이름이 가지에 올라가 영근다

속으로만 단단히 동여맨

하늘도 짐작키 어려운 속내

자식 불러들이듯 하나 둘

휑한 가슴 한 켠에 켜켜이 쌓는다

동구 밖까지 길게 뻗은 가지

발갛게 짓무른 눈

가지 끝에 걸린 몇 덩이

차마 내려오지 못해

허공에서 물러지는 마음

무소식만 물어오는

소임을 다하지 못한 까치

매어 달린 그리움

겨우내 비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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