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꽃잎으로의 전언/남기선

언어의 조각사 2007. 5. 15. 16:21
꽃잎으로의 전언

남기선

희망이 절망에 젖어있을 때
꽃이 피자 비가 내렸다
어둠 속에서 몇 잎의 움직임
허공 빈 곳을 찾아
산고에 시달리고 있을 때
그대는
상처 옆에 열어둔 창문을 두드렸다

밤은 자정을 지나 비를 맞는데
‘자나요’
짧은 전문 하나가 휴대폰을 울린다
그대에게서 오는 눈먼 희망은
항상 통장에 잔고가 말라 붙어 있을 때
연체료 붙은 독촉장처럼
모든걸 차압 시켜 버린다
절망으로 죄짓던 나는
어둠 속에 몸 숨기고 망설이던 답장을 보낸다

밤새워 신열에 뒤척이는 꽃잎들아
지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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