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좋은 글 훔쳐보기

미래를 파는 노점 / 유안진

언어의 조각사 2007. 3. 13. 17:54
 

불시착한 정류장에서 우연히 듣는 <겨울 나그네>는

중후반으로 이어지는데

미리 와서 추위에 떠는 미래들을 본다


이름표를 목에 건

매화 앵두 살구 복숭 목련 진달래의 묘목들은

입양을 기다리는 전쟁고아들같이

맨발에 맨종아리 홀옷 넝마 걸친 채로

겁먹은 듯 떨고들 섰다


바구니에 담겨 서툴게 겨우 촉 튼 알뿌리의

다알리아 글라디오라스 릴리 튤립 칸나 히야신스들도 본다

한 마을에 시집온 다국적 새댁네들의 이름 같은

눈 빛깔 피부색 머리칼 색은 달라도

푸르고 붉고 향기 높은 꿈은 다르지 안으리니


어디에 심어지든지

민들레 꽃씨처럼 한세상 잘 차려 잘 살거라

비발디의 <사계>보다 찬란하거라

드볼작의 <신세계>보다 장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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