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착한 정류장에서 우연히 듣는 <겨울 나그네>는
중후반으로 이어지는데
미리 와서 추위에 떠는 미래들을 본다
이름표를 목에 건
매화 앵두 살구 복숭 목련 진달래의 묘목들은
입양을 기다리는 전쟁고아들같이
맨발에 맨종아리 홀옷 넝마 걸친 채로
겁먹은 듯 떨고들 섰다
바구니에 담겨 서툴게 겨우 촉 튼 알뿌리의
다알리아 글라디오라스 릴리 튤립 칸나 히야신스들도 본다
한 마을에 시집온 다국적 새댁네들의 이름 같은
눈 빛깔 피부색 머리칼 색은 달라도
푸르고 붉고 향기 높은 꿈은 다르지 안으리니
어디에 심어지든지
민들레 꽃씨처럼 한세상 잘 차려 잘 살거라
비발디의 <사계>보다 찬란하거라
드볼작의 <신세계>보다 장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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